얼마 전 회사의 채용 담당자로부터 재밌는 내용의 메일을 전달 받았습니다.
메일을 보내신 분은 현재 대학에서 디자인 공부를 하고 계시는 졸업반의 학생 분이셨는데요. 자사의 제품인 하얀섬에 감명받아 UI 디자이너로 입사까지 생각하게 되었으나, 아직 학생의 신분이기에 더 공부를 하여 지원을 하고 싶은데 어떤 부분에 있어 공부를 하면 좋겠냐는 내용의 문의 메일이었습니다. 지원하시는 분야가 그래픽이었기에 채용 담당하시는 분이 저에게 메일을 전달 주신 것 같았습니다.
졸업반이시면 졸작이나 과제등의 여러가지 준비로 무척 바쁘실텐데, 이렇게 회사 제품에 대해 애정을 주시고 문의 메일까지 보내주신 점이 무척 감사하고 반가웠습니다. 제가 대학생일 때를 회상하며 난 그 때 뭐하고 살았나 하는 자괴감(?)도 조금 들었지만요. 짧은 경험과 능력으로 감히 누군가에게 조언을 드린다는 게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만, 그래도 그 분이 메일을 보시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고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답변을 드렸습니다.
적고보니 저희 팀원들과도 공유를 하면 좋을 것 같아 이렇게 회사 블로그에 등록 합니다.
아래는 인사말을 제외한 (인사말은 채용팀에서 작성하셨기에… :D) 메일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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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어플 디자이너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각 디자인이 전공이시고 UI를 언급하신 만큼 UI를 포함한 전반적인 디자인 설계를 희망하신다고 생각하고 답변 드립니다.
1. 타이포그래피, 그리드/ 레이아웃 디자인, 색채학 등 기본 디자인 분야에 대한 이론적인 지식을 쌓으세요.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고 계신 만큼 이미 이론에 대해선 대학 커리큘럼을 통해 충분히 배우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굳이 이론 학습을 강조한 이유는 해당 지식들이야 말로 디자인 업무의 기본이 되며, 어느 분야이든 간에 디자인 쪽에서 일을 하시는 내내 꾸준히 사용할 자원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이론으로 정립되어 있는 많은 부분들은 당대에 흔히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수많은 연구와 토론을 거쳐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이깟 오래된 책이 뭐라고’, ‘디자인은 결과물이 전부니까’ 라며 이론의 중요성을 무시한 채 당장의 시각적인 결과물에만 매달리기보단, 기본을 꾸준히 학습하여 자신의 것을 만드시길 권해 드립니다.
파격적인 디자인, 창의적인 디자인은 그러한 기본 지식들을 토대로 발현되는 것이지 아무런 베이스가 없이, 그냥 생겨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충분한 지식 베이스와 그에 대한 응용 없이 좋은 결과물을, 그것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긴 어렵다고 봅니다.
물론 전공이 전공이신 만큼 이론의 중요성에 대해선 충분히 알고 계시리라 믿으나, 제가 회사에 입사를 하기 전엔 포트폴리오를 보기 좋게 뽑는 것에 대해서만 고민을 했지 이론적인 부분에 대한 공부를 등한시 하였고, 그로 인해 뒤늦게 회사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이론 부분에서 많은 부족함을 느꼈었기에 같은 길을 반복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노파심에서 말씀 드립니다.
2. 다른 제품들을 분석해 보세요.
게임 UI를 지망하신다면, 기존에 출시된 제품들의 UI를 꼼꼼히 분석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미 시장에 출시된 제품들에는 현업에서 종사하고 계시는 많은 디자이너 분들의 고민이 녹아 있습니다. 그 중에는 좋은 디자인도 있고, 나쁜 디자인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하나하나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건 확실합니다.
타 분야의 디자인에 있어서는 제가 감히 말씀 드리긴 어려우나, 게임에서의 UI 디자인은 ‘유저에게 필요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유저 된 입장으로써 이 제품의 디자인이 나에게 어떤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가? 그 정보를 효과적으로 제공했는가? 내가 디자이너라면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를 생각하면서 사용하신다면, 아마 조금 더 넓은 부분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순해 보이는 디자인이라도 버튼 하나, 색상 하나가 이유 없이 그냥 ‘내가 보기 예쁘니까’ 라는 애매한 이유로 들어가는 건 없어야 하겠습니다.
최대한 많이 해보시고, 생각하세요.
3. 많은 걸 경험해 보세요.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겠습니다만, 디자인이든 글이든 결국 그것을 만들어 내는 것은 사람입니다. 그 사람의 경험과 생각이 결과물로 만들어지는 만큼, 그 사람 속에 쌓인 경험이 무척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그 경험이란게 굳이 게임 UI, 시각 디자인에만 제한될 필요는 없습니다. 글이 될 수도, 음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창작과는 전혀 무관한 경험이 나중에 작업을 할 때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요.
아직 학생이실 때 되도록 많은 경험들을 쌓으시길 권장합니다.
4.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의 능력을 갖추실 수 있도록 노력하세요.
대부분의 작업이 마찬가지겠으나, 게임은 협업을 기본으로 합니다. 때문에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겠습니다.
하나의 제품을 출시하기까지 수 많은 이슈가 발생하기 마련이며, 그럴 때 동료와의 의견 조율은 필수적입니다. 그때 그때 상대방과 나의 의견 차이를 알고, 자신의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상대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물론, 상대방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면 내 의견을 굽힐 때도 있어야 하겠지요.
글로 보면 굉장히 간단하고 당연해 보이는 일이지만, 상대의 기분을 배려함은 물론 내 기분까지 다스려가며 의견조율을 하고, 공통된 목표를 위해 나아가게 만드는 일은 굉장한 능력과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간단한 예로, 대학 수업의 조별 과제가 왜 그렇게 악명이 높은지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
팀 작업에서 상대와의 의견 조율을 위해 노력한 경험은 굳이 비주얼샤워에의 취업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사회생활을 해 나가시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다수에게 자신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시면 좋습니다. 팀원들이던 클라이언트던 간에 누군가를 상대로 의견을 전달할 일은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던 간에 반드시 생기기 마련이고, 그럴 때 효과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다면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는데 큰 도움이 되겠지요.
참고로 비주얼샤워에선… 지식 공유를 위한 사내 세미나가 굉장히 잦은 편입니다. :)
이상으로 글을 마칩니다.
제가 누군가에게 조언을 드릴만한 능력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고 작성된 본문의 내용 또한 절대적이라고 볼 수 없겠으나, 적어도 비주얼샤워에서 어떤 부분을 장점으로 여기는지에 대해서는 답변이 되리라 생각하며 이 글을 드립니다.
졸업의 그 순간 지나온 날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남은 학기 잘 보내시고, 언젠가 회사와의 인연이 닿아 비주얼샤워의 동료로써 일하게 되는 날이 오길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