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비주얼샤워는 작년 12월을 전환점으로 스타트업의 단계를 지나 두 번째 스탭으로 넘어서는 과도기를 겪고 있습니다.
재작년 겨울, 표철민 대표를 만나서 투자에 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써킷샤워라는 형제회사가 막 설립되었던 터였습니다. 써킷샤워의 대표인 동생이 “회사 초기에 투자를 받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투자를 받지 않고 일단은 길게보고 가치를 높이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질문을 했습니다. 이건 마치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묻는 질문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질문지를 받은 저는 주변 분들을 방문하면서 어느 것이 과연 좋은 결정일지에 대한 의견을 묻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 제 기억에 남는 대답을 해주었던 사람이 표철민 대표입니다.
저는 그 전에 동생에게 비주얼샤워가 했었던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처음에 참 가치를 키우고 나중에 투자를 유치하게 되면 투자가 입장에서도 불확실성이 줄어들 뿐 아니라, 투자를 받는 입장에서도 실제로 만들어진 가치에 대해서 투자를 받는 것이니 이게 아무것도 없는 초기 상태에서 투자를 진행하는 것보다 서로에게 더 좋은 선택이 아니냐는 논리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표대표는 제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박대표님이 투자를 한번도 받아보지 않은 상태인데 동생에게 투자에 대해서 조언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고 봅니다. 투자를 받아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수 많은 경험들을 투자를 진행하고 완료하면서 하게 되는데 그런 정보가 없이 투자에 대한 자문을 한다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이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저는 동생에게 투자에 대한 자문을 해주고 있는 것이 아니라 동생의 사례를 묻고 다니면서 스스로가 투자에 대해서 배우고 있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반년 쯤 지나 비주얼샤워의 투자가들과의 미팅이 시작되었습니다.
회사가 다음 스텝으로 성장하는데 있어서 자금(돈)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자금을 확보하는 베스트 전략은 스스로 그 자금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믿어온 기준을 변화시킨 것입니다. 흔히들 말하는 재무 레버리지의 중요성을 비주얼샤워 10년의 시간을 보내며 제대로 느끼며 배웠다고나 할까요.
표대표가 제대로 관찰했습니다. 저는 아직 한번도 제대로 된 주주총회를 열어본 적이 없고, 또 복잡한 재무 관리 문제로 밤잠을 설치며 고민해본 적도 없습니다. 투자를 받은 시점부터 변화된 회사의 경영 기준은 이제부터 배우는 과정의 시작입니다.
마치 투자 검토와 비슷한 이야기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웹사이트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2007년도에 만들어졌던 예전 비주얼샤워의 웹사이트를 보신 에듀조선 대표님은 제게 대체 무엇하는 회사인지 모르겠다는 코멘트를 해주셨었습니다. 그때 저는 여러 사례들을 들먹이며 이런 블로그만으로도 충분히 외부에 회사의 비전을 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오랜 시간동안 대표님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려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비주얼샤워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와 비전과 전략, 다른점의 이유들을 세상과 제대로 소통하는데 지금까지의 웹사이트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을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다양한 문제들과 피드백들이 인터넷에 산재하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에듀조선의 대표님이 말씀하셨던 이야기에 담긴 참 의미를 느낄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그래서 늦게나마 홈페이지를 개편했습니다.
제가 늘 마음에 두고 있는 인용구가 있습니다. 이 인용구는 제가 중학생이던 시절 아버지께서 해주신 말씀인데요.
“목표를 어떻게 이룰까를 고민하지 마라, 그 목표를 이룬 다음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해라. 니가 정한 목표는 당연히 이루어질테니까.”
이 이야기는 능력이 출중하니 모든 일을 이룰수 있다는 뜻이라기 보다는 미래를 항상 준비하고 현재에 매달려있지 말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바로 비주얼샤워의 경영 전략의 뿌리입니다. 비주얼샤워는 늘 Next Phase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개편은 이제서야 진심으로 깨닫게 된 비주얼샤워가 나아가야할 다음 장의 준비과정일 뿐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미국에서 제가 무엇을 배우고 어떤 것을 느끼고 왔는지 그것으로 어떤 다음 전략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풀어보겠습니다.
by Kay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