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남는 것
비주얼샤워의 다음을 준비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새로운 스튜디오를 만들면서 조직 구조 정리 및 사업 영역 개편 등의 작업들과 매년 여름 다음 한해를 준비하는 행사인 2VSP를 준비하는 작업들, 그리고 게임 타이틀 제작 작업 등으로 참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한 동안 이곳에 글을 올리지 못한 것을 떠올리게 되어, 오랜만에 오늘은 비주얼샤워를 지탱하는 정신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비주얼샤워는 아직 정상에 선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대표로서 생각하고 있는 모든 것들을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습니다. 하다못해 한달 치 월급에서부터 근무환경이나 후광효과 등 무엇 하나 온전히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없습니다. 이것은 사장으로서 또다른 야망이 있기 때문에 우선 순위를 다르게 설정하여 발생하는 선택적 문제라기 보다 현재 비주얼샤워의 환경에서 이룰 수 있는 것들의 한계에 기반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그렇기에 비주얼샤워를 지탱하는 튼튼한 받침으로, 고액의 연봉이나 인센티브 혹은 화려한 후광효과를 들수 없습니다. 물론 이런 문제는 2004년 11월 A4용지 100장에 사업기획서를 쓰면서 처음 VisualShower라는 사명을 써 넣었던 시절보다는 훨씬 좋아졌지만 말입니다.
사내에서는 몇 번 이야기 한 적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현재 비주얼샤워의 구성원들이 일하고 있는 환경은 대기업에 비해서야 미천한 것이겠지만 처음 비주얼샤워를 시작하던 시점에 비하면 천지가 개벽한 발전이라고 말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입니다. 15인치 노트북에 받침대를 놓고 키보드를 연결해서 현재 비주얼샤워의 주력기술인 RANN의 프로토타입과 처녀작 좌뇌천재를 완성했습니다. 책상이 너무 좁아 한번에 두 사람이 도저히 앉을 수가 없어 서로 옆으로 조금씩 양보해가며 책상을 사용했던 기억이 새삼스럽습니다. 이런 환경에 비하면 지금은 복층구조의 인테리어 잘 된 충정로 스튜디오와 쾌적한 시설이 압도하는 상암DMC 스튜디오, 와이드 모니터와 데스크탑PC, 맥은 제게 있어 참 감개무량한 근무환경입니다.
이 정도의 근무환경은 제가 네오위즈에서 근무하던 시절 아셈타워 34층에서 보던 강남의 전망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비주얼샤워의 인재들은 모두 국내 내로라 하는 IT기업들에 들어가더라도 수재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친구들인지라 더욱 이런 근무환경이 초라하게 느껴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떤 것들이 이런 나약한(?) 비주얼샤워의 외적인 근무환경을 대신하고 있는 것일까요? 과연 비주얼샤워의 구성원들은 고작 이런 처우밖에 받지 못할 인재들일까요? 이 홈페이지나 기타 다른 곳에 비주얼샤워의 구성원들의 스펙에 대해서는 별 다른 설명이 없기 때문에, 보통의 한국에서 비리비리(?)한 모바일 게임들을 만들고 있는 게임회사들의 인재들처럼 치부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면 대표로서의 책임감과 한계를 느끼게 되기에 마음이 짠해집니다. 이왕 이야기가 나온 김에 자식 자랑하는 팔불출 아버지가 한번 되어 보겠습니다.
이지투디제이로 잘 알려진 정석예 팀장을 제외하고라도 다른 사원들의 스펙 역시 연세대 컴퓨터과 출신 개발자 6명, 외고 졸업자 2명, 특목고 졸업자 2명 등 절대 어디에 빠지는 사람이 없습니다. 보통 대기업에서도 한 팀에 잘 모이기 힘들 정도의 고급 인력들이 대량으로 모여서 비주얼샤워를 이루고 있다는 이야기를 접할 때, 경영을 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고액연봉이나 강력한 후광효과나 PS/PI 없이 그 인력들이 수년째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지 무척이나 궁금해 합니다.
여기에 대한 정답은 바로 이 글의 제목인 “자신에게 남는 것” 입니다.
인턴기간이 종료되고 혹은 OJT가 끝나고 사원으로 정식으로 계급장(?)을 받게 될 때 즈음 예비 사원들에게 꼭 물어보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왜 비주얼샤워에서 일하려고 하는가?”
여기에서 이야기가 끝나면 이는 면접 때 한번씩은 들어봄직한 지극히 당연한 질문이겠지요. 하지만 진정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저 질문이 아니라 저 질문의 후미를 잇는 첨언입니다.
“만일 당신이 비주얼샤워에서 일하겠다는 이유가 나중에 대박이 날 것을 예상해서 현재를 참아보겠다는 도박이라면 난 당신을 뽑지 않을 것이다.”
게임 컨텐츠를 만드는 회사에서 나중의 대박은 다들 아시는 것 처럼 로또를 연속으로 한 10번 맞는 것 만큼이나 벤처기업에게 어려운 일입니다.-물론 노력으로 이를 극복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로또와 다른점이겠습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미래의 대박”에 자신의 청춘을 거는 것은 지금 요행을 바라고 로또를 100만원 어치 쯤 사는 것 만큼이나 어리석은 일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비주얼샤워의 리더로서 바라는 답은 무엇일까요? 저는 사원들이 비주얼샤워에서 희생했다고 생각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비록 얼마안되는 연봉과 대기업보다 낮은 근무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명절에 일가친척에게 이름모를 중소기업에 다닌다고 면박을 받을지언정 그것들을 모두 채울수 있는 상응하는 무엇인가를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지속적으로 가져가길 원합니다.
이것이 비주얼샤워의 “Full Seminar” 정신입니다. 비주얼샤워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회사가 되어야만 합니다. 제가 늘 주장하는 바와 같이 비주얼샤워는 회사의 사옥도 아니고 회사의 홈페이지도 아니며, 저도 아닌, 비주얼샤워의 구성원, 즉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주얼샤워의 성장은 즉 멤버의 성장을 의미합니다.
“당장 내일 비주얼샤워에서의 일을 그만두더라도 비주얼샤워에 있었던 동안 나는 훌륭한 성장을 해 왔고, 그 내공은 내 안에 고스란히 남아서 나는 사회에 이 만큼의 기여를 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했다.”
얼마의 보수를 받든 얼마의 후광효과를 누르든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 보다 조금 더 발전했고, 그 가치는 사회에서 공통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훌륭한 것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지나간 내 시간은 헛된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은 구성원 하나 하나를 훌륭하게 충전시킵니다.
이것이 비주얼샤워가 유지되는 원동력입니다. 물론 모두가 이런 “자기계발”을 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비주얼샤워의 구성원들 역시 이탈은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이 자신의 미래가치를 높이는 일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구성원들로 늘 꽉 채워지는 비주얼샤워가 자랑스럽습니다.
이 글은 아마 모든 직장인들에게 혹은 꿈을 찾아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자극이 될 수 있는 비주얼샤워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화입니다. 당장의 “로또”나 “입에 풀칠”을 선택하지 않고 자신의 진정한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역경을 헤치며 노력하시는 분들이 모두는 존경받아 마땅한 훌륭한 분들입니다.
지금 비주얼샤워 친구들처럼 대박보다는 진정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분들, 힘내십시오.
내재적 가치는 훔칠수도 없고 뺏어올 수도 없으며, 한 순간의 요행으로 갑자기 늘어나지도 않으며 평생 가질 수 있는 진짜 재산입니다.
파이팅!
P.S 위 짤방은 내적인 실력을 키워 한국의 네티즌에까지 자신의 가치를 널리 알리게 된 외국의 길거리 드러머 입니다.
by Kay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