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컨셉
셀러리맨이었을 적인 2002년도에 처음 Good to Great(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를 접한 이후, 좋은 책이라는 생각에 이 책을 사업을 하고 계시는 아버지께 추천해 드렸다. 하지만 이때 난 정신적으로 그다지 성숙하지 못한 일반 ‘사원’이었기 때문에-이것이 꼭 나이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의 의미는 그다지 중요치 않았다. 단지 지금 다니는 회사가 이 책의 내용과 참 많이 어긋나있다.. 정도의 느낌을 받았을 뿐이었다.
그 이후 창업을 하고나서 다시 이 책을 꺼내들었다. 내가 고민하고 있던 많은 주제들에-예를 들어 전에 이야기했던, 사람이 먼저냐 할일이 먼저냐 같은 모호한 질문들- 대한 답이 바로 이 책에 쓰여있다는 것을 다시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시 이 책을 사들었을때(원래 내가 샀던 책은 따로 살고 계신 아버지의 책장에 꽂혀있다.) 그때부터 거의 두달 정도의 시간동안 이 책을 정독했다.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읽고 또 읽었다. 그렇게 책 읽기가 끝나자 책의 거의 모든 페이지에 한줄 이상의 줄이 그어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난 원래 책을 읽을 때 공감하는 내용이거나, 내 생각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는 부분에는 형광펜을 칠하거나 밑줄을 긋는 습관이 있다.- 이 책에는 수 많은 진리가 담겨져 있었다.
한창 이곳 홈페이지에 이 책의 주제중 하나인 “적합한 사람을 버스에 태우는” 내용에 관한 글을 쓰고 있을 즈음에 게임빌 송재준 이사(님)를 개인적으로 만날 일이 있었다. 동향에 나이도 같고 해서 다른 회사의 이사님들 혹은 사장님들보다는 그도 나도 서로 편하게 해줄 수 있는 말, 묻고 싶은 말, 듣고 싶은 말을 나눌수 있었다.-비즈니스 자리에서라면 꽤 많이 만나왔지만 사석에서라면 사실 그다지 많이 만나본 것은 아니었지만 그가 말하는 말에 대한 진심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사이라 생각하고 있다.- 당시 스타팅 벤처로 살아남기 위해 사업에 고전하고 있는 나에게 그가 “Good to great”를 꺼내 들었다. 그 책의 내용 중에 자신이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되는 내용이 바로 ‘고슴도치 컨셉’ 이라는 이야기도 더했다.
정말 오랜만에 내가 다시 이 짐콜린스의 책을 들고 나온 이유는 이 고슴도치 컨셉을 내가 해석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를 우리 회사의 동료들과 공유하기 위해서다.
고슴도치 컨셉은 고슴도치가 여우에게 잡아먹히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가장 간단한 생존 전략, 몸을 웅크리고 가시를 세우는 그 전략 하나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론이다. 엄밀히 말하면, 고슴도치가 가시를 세우는 그 전략은 다른 모든 생존전략에 비해 탁월하기 때문에 다른 전략을 선택함으로서 위험이 확대되는 것을 방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을 자칫 잘못 이해한다면, 우리 회사에 빗대어 볼 때 이런 식의 집중화 전략을 만들 수가 있을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컨텐츠 -> 게임 -> 모바일게임 -> WIPI플랫폼게임 -> 어드벤처게임
그러나 콜린스가 이야기한 집중화 전략이란 이런 것이 아니다. 그의 말을 몇 구절 인용하자면, 이렇다.
“그들은 자기들이 만들어 내려고 하는 게 무엇인지, 탁월함의 절대적인 기준에 비추어 자기들이 어떻게 상황을 개선해 가려고 하는지 하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 … 좋은 회사를 위대한 회사로 전환시킨 사람들은 순수한 탁월성 그 자체를 향한 창조적 욕구와 내적 강제에 의해 움직였다.”
“켄 아이버슨과 그의 경영팀이 노동자들의 이익을 경영진의 이익과 일치시킨다는 단순 명료한 고슴도치 컨셉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콜린스가 이야기하고 있는 고슴도치컨셉의 의미는 너무나 광범위하다. 그는 기술을 이야기 할 때도, 인재를 이야기할 때도, 기업문화를 이야기 할 때도, 전략을 이야기 할 때도, 제품을 이야기할 때 조차, ‘절대적인 기준’에 대해 말한다.
내가 받아들인 고슴도치컨셉의 저의는 “작은 부분에서 작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정말 다다르기 힘들고 멀고도 험하고도 높고 큰 “탁월함에 집중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좋은 회사를 위대한 회사로 도약시킨 사람들은 두려움에 자극받지 않았다. 자기들이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움직이지는 않았다. 바보처럼 비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움직이지는 않았다. 자기들이 못하는 사이에 남이 빅히트를 치는 것을 지켜보는 두려움 때문에 움직이지는 않았다. 경쟁자에게 한 방 얻어맞지 않을 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움직이지는 않았다.”
외부의 영향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탁월함”을 향해 집중하다보면, 그 전략이 먹혀들게 되어있다. 시장의 상황에 변명하지 않고도, 회사의 여건에 기대지 않고도 탁월한 가치를 지니는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되는 순간 거대한 플라이휠이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 이후는 수많은 우리가 보유한 가속페달들이 플라이휠을 고속회전하도록 만들 것이다. 마치 올바른 사람들을 모으면, 규율과 규칙 따위 필요 없이 책임지는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 처럼 탁월함에 집중하는 것을 취하면, 대단한 제품들이 생산되는 것을 말한다.
단순하고 명료하지만, 너무나도 어렵고 다다르기 힘든 목표.
“탁월함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고슴도치 전략이다.
by Kay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