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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운 주말 리포트.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을 시작한지 어언 2주.
주말에도 10시 정도면 어김없이 일어나는 생활을 시작했더니 왠지 여유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더군요. 그래서 그동안 미뤄뒀던 화장실 청소를 했었답니다.
물곰팡이가 피고 물때가 묻은 것들을 세제로 박박 밀고 파이프 막힌것도 뚫고 하다보니 화장실이 반짝 반짝. 내친김에 그동안 미뤄왔던 레나와 미케 목욕도 시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전 몰랐습니다.
그것이 그렇게 큰 비극을 불러 오게 될 것이란 사실을 말이죠.
미지근한 물을 받아놓고 레나를 안심시킨후 자 기분좋게 목욕이다~라며 혹여나 옷이 젖을까봐 저도 맨몸으로 들어가 세면대앞에 다가서는 순간.
저는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고양이가 극한의 공포에 몰리게되면 돼지우는소리를 낸다는 것을 말이죠.
‘냐~옹’이 아니라 ‘꾸에에엑!!’ ‘꺄아아악!!!’ ‘끄와와와앙 꿱꿱!’이라고 외쳐대는 녀석을 (발만 물에담궜는데!!!!!!!)억지로 붙잡고 물을 뒤집어 씌웠더니…..
후……고양이의 물에대한 공포는 어지간 해서는 극복할 수없나봅니다.
그렇게 온 몸 여기저기에 발톱이 박히고, 손목에 처절한 격투의 흔적을 세기고, 등짝이 피투성이가 되어가며 겨우겨우 목욕을 시키고 나왔더니 세상에 삭신이 다 쑤시더군요.
3kg밖에 안되는 녀석이(아령보다 가벼운데!)그렇게 힘이 셀줄 누가알았겠습니까.
이제 젖은 털을 말려야 할때가 되었습니다만, 드라이기 소리를 무서워하는 레나인지라 결국 제 허벅지에 길다란 4줄의 스크레치를 아로세기고 침대밑에 기어들어가 온몸을 덜덜떨며 저를 원망스런 눈빛으로 쳐다보더군요.
그래서 말리는 것을 포기하고 그래..네 맘대로 해라..난 지쳤다. 모드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워 소설책을 읽고 있었더니 한시간 여쯤 지나 온몸을 그루밍하며 털을 말린후 좀 진정이 되었는지 제 엉덩이에 코를 박아넣은체 골골거리며 행복해하더군요.
알다가도 모를 녀석입니다. 크…
여기까지가 토요일에 벌어졌던 일들이고, 일요일은….
스파나 좀 해볼까 싶은 생각에 잠깐 사무실에 나와서 지식씨와 함께 스파대전을 하다가 집에 돌아가봤더니 두마리 다 큰 방충망이며 창문에 작은 방충망 까지 모두 뚫고 프리즌 브레이크를 시도했더군요.
언제나 문을 열면 저를 반기던 녀석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에 서둘러 뒤뜰로 향했더니 뒤뜰에서 이름모를 덩치큰 삼색고양이를 가운데 두고 격렬한 눈싸움중…
삼색고양이는 기본적으로 암컷인지라 아직 중성화 수술을 안한 두녀석이 사고칠일은 없겠다 싶어 애타게 이름을 부르며 이쪽으로 오라고 꼬드겨 보았지만 환경이 바뀌면 주인을 못알아보더군요. 이래서 고양이 백날 키워봐야 소용없다는 소리가 나오나 봅니다.
어찌되었건 태어나서 부터 언제나 둘이서 붙어다녔던 탓인지 뚱땡이 미케를 먼저 생포해서 집에다 돌려보냈더니 레나혼자 남아서 목이 미어져라 미케를 찾더군요. 약 1시간에 걸친 격투 끝에 레나도 생포하여 집에다 돌려보냈더니 이번엔 두녀석 다 세벽 1시부터 발정이 와서 아침 7시까지 목이 쉬도록 앵앵거리며 울기에 정말 진심으로 내쫓을까로 고민했습니다…–;;
이번달 월급을 아껴쓰면서 중성화수술을 할 돈을 마련하려고 아둥바둥 하고는 있는데 암컷은 보통 10~15만원 정도가 든다기에 두마리 다 시키려면…이라는 생각에..orz…
뒷뜰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보니 그냥 자연으로 돌려보내서 자유롭게 사는게 저녀석들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었을까 고민되기도 하고…
새끼때부터 사람손에 자라서 길고양이들이랑 만나면 사람냄새난다고 무시당하기 일쑤인데 그래도 여기까지 키워놨으니 계속 키워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애완동물 키우는 건 정말 고생인것 같습니다.
그래도 가끔 저렇게 제 다리위에 올라와서 행복해 하는 걸 보면 차마 내쫒을 수는 없네요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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