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기타
오늘은 제가 거의 유일하게 다룰 줄 아는 악기인 클래식 기타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학교 클래식 기타 동아리인 ‘오르페우스’ 소속입니다. 대학이란 곳에 처음 입학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동방을 찾아갔던 기억이 엊그제 같네요. 그냥 목적없이 노는 동아리보다 뭔가 하나라도 의미있게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 간 곳이 바로 오르페우스였고, 실제로 클래식 기타 연주 방법과 더불어 그 이상의 많은 것들을 얻었죠. 동아리에 들어가기 전에 기타라는 걸 손에 한 번도 만져본 적이 없던 제가, 동아리 연주회에 여러 회 참여하며 중주도 하고 듀엣도 하고 지휘-_- 도 하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건 정말 행운이었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클래식 기타라는 악기에 대해 매우 생소해 합니다. 제가 만났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렉기타 및 통기타까지만 아는 경우가 많았지요. 일렉기타와 통기타는 생긴 것이 확 차이가 나기 때문에 구별도 쉽고, 대중 매체에서 항상 보이는 것이 이 두 기타이다 보니 많은 분들이 잘 알고 있습니다. 보통 헷갈려 하는 부분은 통기타(흔히 어쿠스틱 기타라고 불리는)와 클래식 기타와의 차이점입니다.
우선 공통점은 보자면, 둘 다 기타입니다. -_- …… 뭐 그런 거지요. 왼손으로 운지를 잡고, 오른손으로 줄을 튕깁니다. 사운드홀이 있고 넥이 있습니다. 6개의 줄로 연주합니다. (가끔 줄이 더 많은 괴물같은 기타들도 있습니다만…)
차이점은? 어쿠스틱 기타는 넥의 너비가 좁습니다. 따라서 줄 사이의 간격이 좁겠지요. 클래식 기타는 이에 반해 넥의 너비가 약간 넓습니다. 그러므로 줄 사이의 간격이 어쿠스틱 기타보다 넓습니다. 이 차이는 두 기타의 연주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주로 코드를 잡고 반주를 하는 데 쓰이는 어쿠스틱 기타는 줄의 간격이 좁은 것이 유리합니다. 그러나 한 음 한 음을 짚어 가며 연주하는 클래식 기타의 경우 줄 간격이 넓어야 섬세한 컨트롤이 가능합니다.
또한 보통 어쿠스틱 기타는 6개의 줄 모두 쇠(steel)로 되어 있는 반면에, 클래식 기타는 윗 음을 연주하는 세 개의 줄은 나일론 줄이라서 소리가 더 부드럽습니다.
외형적인 차이점이 더 있습니다만, 이 두 가지 정도만 가지고도 충분히 이게 통기타인지 클래식 기타인지 구별이 가능할 것입니다.
베토벤은 클래식 기타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기타는 작은 오케스트라다.’
기타가 다른 현악기와 구별되는 뚜렷한 특징 중의 하나는, ‘화음’ 연주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같은 현악기는 모두 단음을 내는 악기입니다. 많아봐야 2화음 정도? 그러나 기타의 경우 모든 줄을 한번에 울릴 수 있기 때문에 풍부한 음을 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장점은 연주하기가 무진장 복잡하고 어렵다는 단점으로 돌아왔습니다만…
그래도 풍부한 음을 낼 수 있다는 점은 표현의 폭이 그만큼 넓어진다는 이야기이므로, 기타로 연주된 곡을 들을 때는 다른 현악기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감동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례로, 바흐의 명곡 중 바이올린 솔로로 작곡된 샤콘느라는 곡이 있습니다. 전 바이올린 버전과 기타 편곡 버전을 모두 들어보았는데, 이것도 개인차겠지만 바이올린 버전은 너무너무 밋밋해서 별다른 감흥이 없더군요.
어려운 만큼, 클래식 기타 곡들은 정말정말로 아름답습니다.
요새 다시 기타를 손에 잡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오래 쳤다고 하면 오래 친 건데, 막상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칠 수 있는 곡은? 이라고 스스로 물어보면 별로 남는 게 없더군요.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연습해서 새로운 곡들을 익혀보려고 생각중입니다. 이젠 저랑 평생을 같이 갈 악기이니 말이죠. :)
p.s. 앗, 그러고보니 홍창씨가 기타를 잘 치신다고 들었어요! 우리 듀엣 한번 고고싱 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Re : 박홍창
반갑습니다. :-)
같은 악기를 다룰 줄 아시는 분을 뵙다니 반갑고 놀랍군요.
예전에는 아수투리아스 같은 곡도 연습하곤 했었는데
너무 오래 기타를 치지않아 이제는 작은로망스도 치기 버겹답니다.ㅎㅎ
언젠가 기회가 닿는다면 열심히 연습해서 협주곡이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