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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게임의 조금 좋은 이야기

작년 말 일본에서 한창 현지 사업개발을 진행하고 있을 즈음, 시나가와에 있는 남코의 본사 리셉션 로비에서 배포하고 있던 책자의 이름입니다. 이 책은 여러권의 시리즈로 꽤나 오랫동안 정기적으로 출간되고 있었습니다.

이 책의 발행자는 일본의 컴퓨터엔터테인먼트 협회(CESA)입니다. 이 협회는 한국으로 빗대어 설명하자면 한국게임산업협회와 비슷한 단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90년대 후반부터 일본의 게임시장을 방문해 분석하고 조사하면서 제가 지속적으로 느낀 점을 조금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98년도에 처음 일본에 방문했을 때, 다양한 지역의 게임센터(오락실)을 몇 번 들렀습니다. 그 시절은 한국에서도 꽤나 많은 오락실들이 성업중이던 때였기 때문에 한국의 오락실과 일본의 게임센터의 문화를 비교할 여건이 되었었습니다. 비록 지금은 한국의 오락실은 거의 사라져버렸지만 말입니다.
일본의 오락실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30대 후반의 아저씨들이 정장을 입고 퇴근길에 게임센터에 들러서 게임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90년도의 한국의 분위기는 오락실이라고 하면 거의 악의 축 정도로 평가를 받고, 학교의 선생님들이 오락실에 간 학생들을 오락실에 급습해 잡아오던 시절이었던지라 그런 나이 많은 소위 어른이라는 사람들이 오락실에서 혼자 심취해 오락을 즐기고 있는 모습은 정말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숙소에서 텔레비전을 트니, 게임광고들이 프라임타임에 방송되고 있었습니다. 그 시절 한국의 게임 문화는 음지 그 자체였고, 한국에서 게임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그 시절에는 인터넷도 없었기에- 한달에 한번 발간되는 게임잡지를 사보는 방법 뿐이었습니다. 그런 시절에 뉴스 전후에 나오는 게임광고라니요….

그 때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임이라는 엔터테인먼트 장르도 영화처럼 산업이 될 수 있겠구나. 오히려 게임 업계에서 수십년을 지켜오고 있는 일본 대형 업체들을 보면서 오히려 기술기반의 이런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는 영화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시절 경제규모나 모든 것이 선진국을 따라잡는 시절이었던 한국에서도 언젠가 이런 기회가 열릴 것이고, 이쪽 분야로 먼저 진입한다면 분명 성공의 가능성이 있겠다.

그 이후로 10여년이 지났습니다. 한국 게임의 수출 규모가 영화를 뛰어넘었습니다. 수 많은 게임회사들이 수백억, 수천억대의 대박 행렬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예상이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오늘 틀린 그 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어떤 한 사업분야가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업체들이 산업으로 발돋음할 수 있게 하는 노력과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소위 1세대 성공 게임 업체들이 과연 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하는 자생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엄청난 의문이 있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이 책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컴퓨터게임이 어떤 형태로 경제이익에 기여할 수 있는가’와 같은 큰 이야기부터 ‘어릴 때 부터 게임을 하는 것이 어떻게 지적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뇌를 활성화 하는데 기여하는가’와 같은 작은 이야기까지 정말 다양한 주제를 시리즈로 다루고 있습니다. 즉, 일반인들이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을 어떻게 만들어 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저는 비단, 단편적으로 이 책에서만 특이하게 이런 노력들이 보여지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런 책이 발간되고 메이저 개발 업체들로부터 배포되기까지 (수 많은 게임 업계를 산업화하는데 필요한) 복합적이고 다양한 노력들을 수십년간 지속적으로 수행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닌텐도’의 야마우치 히로시 회장이 2000년도 초반에 연사로 참여했던 어떤 컨퍼런스에서 언급했던 내용들에도, ‘게임산업계가 어떻게 하면 사회에 선한 기여를 할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듯이, 산업으로서 발돋움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양한 업체들이 크게 고민하는 모습은 깊이 본받을만 합니다.

물론 저희 같은 작은 업체들에서야 이런 생각을 한다고 큰 액션을 할 수는 없습니다. 저런 책자 하나를 찍어내는 것도 얼마나 많는 노력과 비용이 소진되는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게임 산업 문화가 부러운 것입니다. 그들은 큰 업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고, 산업으로서 살아남기 위해서 거국적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해서 늘 고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작은 업체들과 경쟁이 아닌, 상생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아주 진지하게 고민하고 또, 그 이유를 깊이 이해하고 계셨습니다. 특히 코나미 카와사키 야스 부장님과의 미팅은 개인적으로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의 게임 산업 전체 규모도 벌써 1조원을 초과했습니다. 수출규모까지 따진다면 훨씬 더 큰 규모일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에서는 ‘게임’은 “아이들의 적, 공부의 방해요소, 사람을 폭력적으로 만드는 악의 축, 필요악이 아니라 아예 불필요악이다.” 의 시선으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이런 이유들이 단지 국민들의 게임에 대한 문화적 의식수준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판단해버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산업에 계신 모든 기업들은 과연 산업다운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셨습니까? 비싼 돈 들여서 G-Star에 거대한 부스를 짓고, 자본력으로 헐벗은 레이싱모델들을 도열시키면서 여러분들이 게임 산업에 기여하는 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한국에서의 게임개발업이 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저희 같은 개발사, 배급사, 이 산업을 구성하고 있는 기업들의 생각이 바뀌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한국에서도 언젠가 사진에서 보여지는 책이 발간되기를 희망하면서 이만 글을 줄입니다.

by Kay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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