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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일터(2)

어제 냈던 문제에 대한 답을 이야기 해야 할 시간이 왔습니다.

피플익스프레스는 외형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기업이었고, 이를 모델기업 이라는 단어로 칭송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피플익스프레스의 경영방침은 잠재적인 문제가 있었고, 이 문제는 회사를 운명하게 만드는 최악의 결과를 낳게 됩니다.
자, 이제 그 원인을 알아볼까요.

첫째로, 모든 직원이 관리자다.. 라는 문제였습니다. 정팀장님이 지적했었던 문제이기도 한데요, 이것은 여러가지 다양한 형태로 그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피플 익스프레스가 성장하면서 종업원들로부터 들은 최대의 불만사항은 “관리의 방향”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명확한 “지시”를 원했다고 말합니다. 어떻게보면 상부에서 내려오는 명확한 지시란 종업원들의 유연성을 감소시키고, 조직이 경화되는 등 많은 문제를 발생키시는 것으로 치부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조직은 이와 같이 경화되지 않기 위해서 조직에 팀제를 적용하거나, 직급을 파괴하거나, 연공서열을 없애는 등 여러 시도들을 취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정답이 아니었습니다. 다음에 2VSP의 의미에 대해서 설명하겠습니다만, 공교롭게도 제가 어떤 기업에서 느꼈었던 그 느낌을 피플익스프레스의 구성원들도 비슷하게 느꼈었던것 같습니다.

그들은 최고경영자가 “회사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 분명하게 이야기하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불만이었습니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달려왔지만, 그 방향이 어느 쪽인지를 모른 채 마냥 달리기만 한 것입니다. (이와 같은 문제를 줄이기 위해 본사에서는 2VSP라는 행사를 매년 1회 이상 개최하고 있습니다.) 창립시점의 피플익스프레스와 같은 작은 조직에서는 각자의 방향을 스스로 설정해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큰 조직이 될 수록 “관리의 방향”이 어긋나게 될 때 그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큰 바퀴를 지닌 차는 한 두바퀴만 굴러도 많은 거리를 어긋나게 되는 것과 비슷한 논리입니다.

다음으로 발생한 문제는 ‘모든 직원이 관리자’라고 하는 개념을 정치적인 관점에서 검토해보면, 모두가 관리자가 아니라는 것과 같다는 점입니다. 모든 구성원을 관리자로 보는 개념은 조직내에서 최고 경영자와 다른 종업원의 중간을 구성해야 할 사람이 없다는 것으로, 이는 거대한 권력의 공백을 낳게 됩니다. 피플익스프레스가 창업될 당시의 분위기는 IMF가 찾아온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과 비슷한 분위기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미국이 반사상태로 놓여있는 이유가 다름아닌 기업내의 관료주의에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피플익스프레스는 달라져야 된다고 생각했고 도널드 버 회장은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도널드 회장은 늘 종업원들에게 “창의력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고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강조했고, 종업원들은 의사 결졍 과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했습니다. 감독하는 사람은 없었고, 모두가 작은 팀을 구성해 스스로 알아서 일을 진행했습니다.

이와 같은 동기는 불과 창업 5년만에 이 기업을 미국내 항공 5위로 올려놓았습니다.
하지만, 이때부터 Curse of success가 시작되게 됩니다.

회사의 조직이 확대되고, 종업원수가 늘어났지만, 여전히 이 제도는 회사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최고 경영진은 변함없이 활발히 사내를 돌아다니면서 많은 일을 챙기는 실천적인 경영인이었지만, 이 회사는 이후로 불과 3년을 버티지 못하게 됩니다. 본사에서는 12명의 Shower를 키울 때 까지는 피플익스프레스의 성장 원동력을 사용할 것입니다. 어제 한 면담자가 제게 물어왔습니다. 언제까지 TO가 있냐고, 정말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우리는 피플익스프레스의 실패사례를 그대로 따라 갈 수 없기에, 모든 사람들에게 이 12명의 shower자리를 줄 수는 없습니다.

피플익스프레스는 큰 조직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위 “허니문기간”에서나 먹힐 제도와 조직운영방식을 그대로 끝까지 적용함으로서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고 말았습니다. 경영자는 책임의식있고 실천적이었으며, 모든 종업원들은 이후에도 헌신적으로 일했습니다. 그 누구도 비난받을 사람이 없었던 이 회사는 적합한 규모에 적합한 제도라는 탄력성, 유연성을 잃어버린 댓가로 죽음을 맞이한 것입니다. 이것이 본사에 입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12명의 Shower라는 타이틀을 줄 수 없는 이유입니다.

두번째, 피플익스프레스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이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비서가 되는 것이 뭐가 잘못인가?”

제가 이 전에 썼던 글의 내용 중 피플익스프레스에서는 “비서”가 없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누구도 비서를 두지 않고, 모든 종업원들은 관리자다.. 라는 부분인데요. 아이러니컬하게도, “수천명의 비서직 종사자들은 자신의 업무를 즐기고 있으며, 그들은 조직이 운영되는데 자신들이 매우 의미있는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라는 반증적인 내용이 있습니다. 도널드 회장은 피플익스프레스에서는 단순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은 없으며, 모든 사람이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도널드 회장이 ‘회장’이라는 직책을 가진 한 부류에 속한 사람으로서 자기 중심적인 가치 전달을 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비서로 일하는 것은 잘못이다.”라는 식으로 생각할 때 역으로, “관리자인 것은 뭐가 그리 대단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피플익스프레스에서는 오직 관리자만이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편견이 있었고, 이것은 기업이 성공한 이후 대기업으로 도약하는 시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게 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저도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회사를 창립할 당시에도 여전히 관리자들이나 팀장급들의 중요성이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것을 중심으로 어떻게 큰 조직으로 확대되었을 때의 문제를 포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늘도 본사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하고 있는 12명의 Shower들은 모두 관리자가 되기를 원할지 모르는, 또 그렇게 되어야 할, 앞선 이야기에서처럼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해야 할 권력의 중심에 있을 예비 관리자들이지만, 조직이 성장하고 난 이후에는 더 이상 12명의 Shower그룹에 신입사원들을 배치하지 않는 것 역시 관리자가 아니면 “무조건 안 좋고 나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가치관 재 정립의 필요에 기인한 것입니다.

저 역시 경영자의 입장에서 무엇인가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게되고 제 가치관에 따라 일의 경중을 나누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12명의 Shower들은 혜택 받는 그룹으로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사실 많습니다. 그러나 보다 큰 기업으로 전진하기 위해서 ‘조직에서는 이 12명의 Shower 자리만 값진 것은 아니다.’ 라는 가치를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순환보직 근무 시스템이 피플익스프레스의 흥망에 관여했습니다.

처음 종업원들은 이것 저것 자리를 옮겨다니면서 계속 새로운 보직을 경험하는 것이 즐겁고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업에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 새로운 보직은 지난 달에 했었던, 혹은 작년에 했던 또 그 일.. 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구성원들은 티켓을 발급하고, 커피를 제공하는 업무를 피해갈 수 없었으며, 초기에 품었던 생각만큼 도전할 만한 일이라고 여기지도 않았습니다. 재미있게도 회사가 운명을 다 하는 그 순간까지도, 구성원들은 피플익스프레스가 재미있는 일터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는데요, 그 이유는 순환보직시스템에 있는 것이 아니었고, 그들은 구성원들과의 “관계”에서 재미를 찾았습니다. 순환하면서 새로운 많은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게 된 것이지요.

‘이들에게는 진정한 동료의식이 있었습니다.’

이 곳에서 저는 두 가지 시사점을 찾았습니다. 첫 번째는 보직의 Promotion입니다. 수많은 경영관련서적들은 회사와 구성원들을 대치상태로 비유하거나, 별도의 조직인 것 처럼 묘사합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회사는 구성원 하나 하나 입니다. 본사의 건물이나, 본사의 창업자, 주주, 임원 같은 사람들이 회사가 아니라 매일 같이 일하는 구성원들이 모여 회사를 이루는 것입니다.

따라서 회사가 성장한다는 것은, 개인이 성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직장생활에 만족하기 위한 세가지 조건 중 첫 번째 조건은 “조직의 목표가 개인의 목표와 일치할 때” 입니다. 우리 조직의 목표는 조직이 성장하는 것이고, 이는 다시 개인이 성장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 이는 직장생활 만족의 조건까지 만족시키는 긍정적 시너지 효과를 일으킵니다.

성장한 개인은 그 성장의 피드백을 여러가지로 받을 수 있어야 하며, 이러한 피드백은 성장에 대한 자기 만족으로 나타납니다. 여전히 커피를 타고, 티켓을 발급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보다 더 복잡하고, 노련한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일을 하게 되는 것은 일이 가진 순수한 재미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성장에 대한 적절한 피드백입니다. 선후배 관계를 분명히 하는 본사의 제도 역시 이런 피드백을 근간으로 설계된 것입니다.

두 번째 시사점은 “관계”입니다. 어제 면담했던 예비지원자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그렇다면 이 회사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뽑나요? 제가 어떤 것을 준비하면 입사하는데 도움이 될까요?” 저는 이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준비하실 건 없습니다. 제가 조직을 운영하면서 지금까지 느낀 점은 우리 회사에 필요한 사람은 짧은 시간의 준비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타고 나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는 재미있는 말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저 말에는 이런 뜻이 담겨 있습니다. 단기간에 발전시킬수 있는 개인의 기술적인 역량, 재기적인 능력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수십년간 인생을 살면서 갈고 닦아진 ‘개인의 인품’을 바라본다. 는 것입니다.

이것이 “관계”를 관리하는 핵심입니다. 그 동안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조직에 맞는 인재라는 것은, 조직이 필요한 기술을 가진 사람이라기 보다는 그 조직에서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귀 기울일 수 있는 조직과의 관계가 돈독한 인물입니다.

요즘과 같이 급변하는 기술시대에 조직이 필요로하는 능력이라는, 소위 스킬은 매일 변화합니다. 그 만큼 영속적 가치를 지니기 힘들다는 뜻입니다. 다른 회사의 인사담당자의 충고처럼, 적당한 기술있는 사람들 적당히 뽑아 쓰다가 적당히 자르고 또 적당히 뽑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비용이 덜 든다.. 라는 식으로 조직을 운영할 땐, 언제나 2류 기업, 살아남는데 의의가 있는 기업 밖에 되지 못할 것입니다. 능력중심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자신이 어떤 모양이 되어야 할 지 끊임없이 Interaction하고 자신의 능력을 Transformation할 수 있는 “관계지향적” 인재를 원하는 것은 우리도 피플익스프레스의 성공요인을 흡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길게 피플익스프레스의 성공과 실패요인에 대해서 이야기 해 봤습니다. 본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친구들은 회사의 제도를 이 글 속에서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고, 외부에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는 무엇인가 공감가면서도 섣불리 시도하기에는 위험해보이는 내용들이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피플익스프레스 사례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과감한 혁신을 도입하자는 내용이라기보다 오히려, “혁신 속에서 혁신이 없을 때에는 기업이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대부분의 IT회사가 지닌 지나친 혁신의 저주를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by Kay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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