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here: Home - Studio Post - 자기소개서

0907230108

자기소개서.

음, 그러니까 거의 정확히 딱 1년 전이 되겠네요.
게임개발이란걸 접고 다른 직종으로 옮겨 옛날부터 하고 싶었던 소설이나 써보자고 한창 단편소설을 써서 공모전에 출품하다가 우리회사를 발견하고 이력서를 보냈던 것이말입니다.

그때 제 자기소개서에는 딱 두줄의 문장을 적어두었습니다.

‘실패한 게임은 교훈을 남기지만 성공한 게임은 철학을 남깁니다. 게임 개발 10여년, 이제는 철학이 담긴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어릴때 부터 그림을 좋아했고 어쩌고로 시작하는 제 성장과정이나
그래픽 디자이너로 업계에 들어와~같은 개발 이력따위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게임회사에 들어온것이 아니라 게임을 만들고 싶은데 남들 보다 잘 할 수 있는게 그림그리고 디자인 하는 것이어서,
말 그대로 게임 개발을 하기 위한 툴로써 그래픽을 선택했을 뿐이기 때문에 저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소개하는데 별로 의미 없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게임을 만들고 있는가가 가장 중요할 것 같았기 때문이죠.

뭐, 저렇게 적어서 면접제의조차 오지 않은곳도 부지기수고,
면접자리에서 건방지다는 소리도 들어봤고,
개념없다는 이야기도 들어봤습니다만.
음, 뭐 이렇게 좋은 회사에 취직 잘해서 일 잘 하고 있으니 딱히 제가 개념이 없다거나 건방진 것은 아닌것 같고,
저로써는 저 자신에 대한 소개가 저 두줄안에 다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요즘은 정말 철학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네요.

재미의 본질은 무엇인가.
재미의 본질을 알아내었다면 그것에 어떠한 철학을 담아야 하는가.
재미에 본질에 대한 뚜렷한 주관과 그것을 통해 이루어내려고 하는 것에 대한 신념.
그런것들이 어우러져 우리만의 재미에 대한 철학이 만들어 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어떠한 것이 재미있는 것인가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우리만의 호라드릭큐브를 완성했으니까요.
그럼 재미를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이해했으니 그것으로 무엇을 표현할지에 대한 고민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표현한 재미라는 것으로 무엇을 이루어 내려고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게임을 만든지 10여년이 넘어가는 데도 이제까지 재미없는 게임들이 너무나 많다!라는 이야기는 많이 해왔지만

“그럼 재미있는 게임이라는 것이 뭔데?”
“그것은 왜 재미가 있는 것인데?”
“그럼 결국 재미라는 것은 무엇인데?”

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해본 적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이제서야 재미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기 시작했다는게 한편으론 다행스럽기도 하고,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에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만, 이제 슬슬 작년 한해동안 일궈왔던 것들의 결과물이 조만간 그 열매를 맺기 시작할 수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기에, 우리가 가진 재미에 대한 철학이 어떤 반응을 가져올지 궁금하기도 하고, 조금 두렵기도 하고, 두근반 세근반 하는 심정으로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아마도 또다시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야 할 일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10년정도 지나 누군가 저에게 자기소개서를 써보라 한다면 그때는 이렇게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철학을 남길 수 있는 게임만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철학을 남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 왔습니다.”

P.S. 그나저나 요즘 홈페이지에 글 쓰는 사람이 저밖에 없는 것 같은데…기분탓일까요?

정석예

Leave a Reply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