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here: Home - Studio Post - 일본 #1

0910061305

일본 #1

사실 태어나서 자국의 행정권을 벗어난 지역에 가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여권을 만든것도 처음이었고 말이죠.
비행기야 뭐 숱하게 많이 타고 다녔으니 그다지 신선하지는 않았지만서도 어찌되었건 사는 문화권도 다르고 말도 안통하는…(아니,생각해보니 말은 잘 통했지.) 지역에서 무언가를 보고 느끼는 것은 사실 어느정도 심리적 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니면 힘들지 않았나 싶긴 합니다.
그래서 여러가지로 경황이 없었던 탓에 재대로 즐겨보지도 못하고 어~어~?하는 동안에 일본 워크샵이 끝나버리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돌아와서 사진들을 훓어보며, 보고, 느꼈던 것들을 잊어버리기 전에 짤막하게 정리할겸 포스팅. – 짤방의 사진은 하라주쿠-오모테산도 언덕의 한 가운데에서 찍은 거리 풍경.

일본이라고 하는 나라는 글쎄요..저에게 있어서는 동경하던 국가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혐오하는 국가이기도 하고, 그런 이율배반적인 느낌이 강하게 드는 애매모호한 나라였습니다.
그와 동시에 제가 좋아하는 동시대의 작가들. 사토 유야라던지, 니시오 이신같은 걸출한 소설가들이나 오츠 이치같은 천재들을 배양해 낸 나라이기도 하고 말이죠.
사실 이번에 일본에 가서 제가 제일 관심있게 지켜봤던? 혹은 관찰했던 것은 문화적 토양이 어떻게 다르길래 일본에는 기담이나 전기문학들이 그렇게 많이 발달할 수 있었을까?같은 부분이었습니다만, 신주쿠라던가 하라주쿠, 시부야 같은 도심지를 돌아다녔는데도 불구하고, 일본이라는 나라는 낮의 얼굴과 밤의 얼굴이 확연히 다르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특히나 밤의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조금 더 어둡고 조용한 느낌이었습니다.
화려한 술집조명과 교회의 붉은 십자가들, 그리고 개조한 고휘도 라이트를 번쩍이며 거리를 달리는 수많은 자동차들로 얼룩진 화려한 밤거리인 한국에 비해 일본의 밤거리는 조명도 드문드문 떨어져 있고, 간판들도 비교적 정갈한 느낌이어서 아무래도 한국보다는 좀 더 어둡고, 조용한 느낌이 더 강하게 와 닿더군요. 낮에 봤던 거리와 밤에 봤던 거리가 거의 달라지지 않는, 한국에서도 비교적 화려한 축에 속하는 강남이나 홍대,명동같은 거리에 비해 일본의 신주쿠나 시부야는 낮의 거리와 밤의 거리의 인상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마치 다른세계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비록 짧은 시간동안 경험한 일본이었습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그러한 전기문학이나 기담들이 발달 할 수 밖에 없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뭐 언어의 구조적 차이라던가 문화권의 차이같은 부분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말이죠.

야마노테선을 타고 돌아다니며 제가 주로 봤던 것들은 일반 주택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지하철을 타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들, 삶의 표정이나 그림자들을 주로 관찰하곤 했습니다만, 뭐랄까…솔직히 저는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보다 일본에서 살고 있는 일본사람들의 표정이 더 삶에 여유있고, 편안하게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인상이 더욱 강하더군요. 무언가에 쫒기듯 잔뜩 찌뿌리고 무절제하고 여유없어보이는 한국에서의 표정들에 익숙해져 있다 일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틈바구니에 던져지니 오히려 한국에 있을때 보다 더 인간냄새가 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틈바구니에 끼어든 느낌이라 솔직히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한국에 있을때 보다 더 편했던 것 같습니다.
지하철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토익책이니 자기개발서같은 것들이 아닌, 완고한 표정의 주름을 얼굴에 아로새긴 늙으막한 할아버지가 인간실격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위화감이 들기도 했고 말이지요.

그러니까 일본에 대한 첫 인상은 결국 “삶을 나름대로 여유있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 이더군요.

참고로 제가 존경하고있는 작가들 중 하나인 오츠이치는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라는 작품으로 문단에 데뷔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데뷔작을 완성해 문단에 데뷔했을대의 나이는 17세. 였다고 하네요.
제가 17세때 뭘하고 있었는지 생각을 해보면……야간자율학습하고 있었지요.
이게 문화의 차이가 아닐까…생각해봅니다.

정석예

Leave a Reply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