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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추천 도서.

어제, 예비군 훈련간 김에 그간 사놓고 못 읽고 있던 책이나 소화하자는 생각에 7권 정도를 건빵바지와 여기저기에 숨겨서 가지고 들어가 모두 읽고 왔습니다만…(그중에 한권은 분실해버렸!…흑..)아직도 못읽고 밀려있는 책들이 12권정도 남은 상황에서 재미있게 읽은 책 하나를 추천.

짤방의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라는 책입니다.

제가 존경해 마지않는 ‘오츠 이치’선생의 17세 데뷔작이지요.
책의 구성은 책의 제목과 같은 단편인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 그리고 ‘유코’라는 2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읽고 난 감상은….글쎄요…미스터리, 스릴러계의 핵폭풍급으로 출판 버블 시기의 일본 문단에 혜성처럼 등장한 오츠이치의 데뷔작이라니! 게다가 이런 여러가지 의미로 말도안되고 엄청난 물건을 17세에 만들 수 있었다니!라는게 솔직한 감상이었지만, 취향에 안 맞는 분들은 이게 뭐야? 싶은 내용의 단편일 수도 있겠습니다.

제가 처음 오츠 이치의 작품을 접했던 것은 4~5여년 전 즈음이었던가…일본 문학 번역사이트에서 오츠 이치의 단편집 ZOO에 실린 SEVEN ROOM이라는 단편을 번역해놓은 것 이었는데, 그때 모두 다 읽고 난 이후의 그 강렬하게 소름끼치는 느낌에 취해 오츠 이치의 작품들은 발표 될 때마다 빼놓지 않고 읽고 있었습니다만, 데뷔작을 읽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물론 데뷔작이었던 만큼 최근의 노련한(?) 오츠 이치의 작품들과는 다르게, 좀 거칠고 다듬어 지지 않은듯한 전개들이 눈에 띄긴 했지만 거칠다고는 해도, 그 거침은 뭐랄까 문장이나 전개 자체가 다듬어 지지 않았다는 느낌보다는 소설가로써 활동하는 필명과는 다르게 영상 작가로써 활동하는 본명 아다치 히로타카의 이름에서 느낄수 있는, 마치 눈 앞에 어둠고, 기괴하고 소름끼치는 영상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듯한 느낌의 최근의 작품들과는 다른, 글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느낌이 아닌 글 자체로 상황이나 이미지를 묘사하는 소설 본연의 느낌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찌되었건 단편 자체에 대해 조금 더 소개를 하자면, 데뷔작인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는 ‘사츠키’라는 소녀가 친구의 손에 의해 죽게되면서 시체가 되어버린 사츠키의 눈을 통해 소설이 진행되는….뭐랄까 이상한(?)느낌의 단편입니다.

죽은사람이 1인칭 시점에서 묘사를 하기 때문에 사츠키가 유령이 되어 바라보는 시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아니라. 정말 사츠키가 죽어버린 사체의 시점에서 담담하게 자신의 사체를 유기하려 하는, 자신을 죽인 두 어린아이의 모습과 행동을 묘사하는 것과, 자신의 사체가 발견되려 하는 순간의 스릴러적 요소들을 시기 적절하게 구사하여 페이지를 넘길때 마다 손에 땀을 쥐게하는 상황묘사가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기괴하고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열 일곱의 나이에 스릴러가 어떻게 성립이 되고, 사람들이 어떻게 긴장감을 유지하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놀랍습니다.
그저 놀라울 따름이라는 말 밖에는 들지 않는다니까요. 더 무서운건 그러한 텐센의 조절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지금이라도 당장 끊어질 것 같이 팽팽하게 잡아당긴 줄을 보는 듯이 유지가 되고 있기 때문에 이게 데뷔작이라니. 말도 안되! 라는 소리를 읽는 내내 입에 달고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마지막 페이지에서 일어나는 소름끼치는 반전덕분에 사츠키의 1인칭 묘사는 더더욱 빛을 발한다고나 할까요.
이런 작품을 약관 열 일곱이라는 나이에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오츠 이치의 천재성을 증명하는 것만 같아서 일종의 경외심(?)까지 들더군요.
몇번이나 곱씹어 읽어봤습니다만,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한 문제작 GOTH보다 오히려 제 개인적인 취향은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쪽이 더 강렬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책으로 만들기 위해 추가한 듯한 느낌의 단편인 ‘유코’
이 단편역시 초창기에 쓴 것같은 약간 거친 느낌의 단편입니다만, 글쟁이인 주인님의 시중을 드는 가정부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역시나 마지막 페이지를 다 넘기고 났을때 다가오는 소름끼치는 진실이 충격적인 소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도 좋았지만 소설 자체의 느낌은 ‘유코’쪽이 더 소름끼치더군요.
카타르시스랄까..애절한 느낌이 들던 하일라이트의 그 장면이 마치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묘사해 놓구선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했을때 뒤집어지는 반전때문에 다 읽고 난 이후에야 묵직하게 다가오는 소름끼치는 느낌이 정말 좋았다고나 할까요..

오츠이치의 작품들은 대부분 좀 어둡고, 기괴한 인간 심리를 뒤틀어서 깔끔하고 투명하고 담백하게 묘사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다 영상 작가 출신이어서 화려하지 않고 담담하게 그 상황을 묘사하는 묘사력이 일품인데다 대부분 마지막의 마지막에 반전이 이루어 지는 바람에 끝까지 읽기 전에는 섣부르게 내용을 추측하기 힘든 경향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재미있는 작가인거죠.
오츠 이치의 작품을 접해보고 싶으신 분들이 있다면 단편집인 ‘ZOO’를 먼저 읽고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 그리고 ‘GOTH’, ‘어둠속에 기다림’등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정석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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