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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프로그래밍을 하는가?

이 질문은 나를 오랫동안 잠 못들게 만들었으며, 마치 짜장면 한 그릇을 원샷 한 것 처럼 더부룩한 느낌을 가지게 했다.
어린 시절, 전자기계를 만지는게 재미있었던 나는, 배선을 연결하고 전선을 연결하면 원하는 대로 불이 들어오는 과정이 매우 신기했다.

그런데 국민학교에 들어가고 얼마되지 않아, 사촌 형이 PC라는 걸 배우는 학원에 다니더니, 난 생전 처음보는 5.25″ 플로피디스켓을 이모부께 선물로 받았다.-이모부는 전자계통의 사업을 하시는 분이다.- 나도 정말 그 디스켓이 가지고 싶어서, 달라고 이야기 했지만, “넌 아직 컴퓨터를 쓸 줄 모르니까 이게 필요 없어” 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때 난 피아노 학원을 다니고 있었는데, 어머니를 조르고 졸라서 없는 형편에(철 들고 생각해보니 그땐 정말 있는 형편이 아니었던게다…) 컴퓨터학원과 피아노학원(어머니의 숙원이셨던…)을 동시에 다니게 되었다.

피아노 학원은 맨날 농땡이를 쳤지만, 컴퓨터학원은 눈에 불을 키고 다녔다. 나도 그 “디스켓을 받을 수 있는 위치”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그 옛날의 PC학원이라 함은 일종의 코딩 학원이었기 때문에 눈에 불을 켠 효과로 베이직 코스를 속성으로 마스터해버린 이후에는 포트란44, RM코볼 같은 좀 매니악한 언어들로 진화(?)를 거듭했다.

그렇게 계속 코딩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컴퓨터프로그래머”는 나의 천직이 되어있었던게다. 누군가 시키지도 않았고, 내가 특별히 해야겠다고 굳은 마음먹은 적도 없이, 장래희망 란에 “컴퓨터프로그래머”라는 걸 당당하게 적어내는 청소년기를 보냈다.

KIST에서 시작한 “Pro-Programmer”로서의 삶은 어느덧 내 직업은 프로그래머.. 라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었다. 어쩌다보니… 직업도 프로그래머가 된 것이다. 것도, 3D 게임프로그래머? 라는 이상한 타이틀까지 달게 되었다.

난 왜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을까? 지금도 왜 회사의 CEO이지만, 프로그래머.. 라는 직함을 더 갈망할까?
무엇이 그토록 나를 프로그래밍 하고 싶게 만드는 것일까?

왜 그럴까?

단지 배선을 연결하지 않고 그 아찔한 납땜 냄새를 맡지 않아도 우아하게 손가락을 톡톡거려서 내가 원하는 램프에 불이 들어오게 할 수 있어서일까?
아니면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플로피디스켓을 당당하게 원 없이 쓸 수 있어서일까?

어떤 직업이 내 인생에 일부가 되는데에는..
생각해보면 약 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그 3년을 군 소리 없이 프로 프로그래머로 살았고, 이미 프로그래머로서의 삶은 내 인생의 20대를 가득 채웠으며, 지나간 세월을 되돌릴 수 없어서…

빼도박도 못하는 마음에 그냥 이렇게 프로그래머로 살아버리게 된 걸까?

여러 생각을 해보지만, 그 무엇도 정확한 답은 아닌 듯 싶다.

예전에 직장을 다니는 동안에, 직장 분위기가 어수선 해서 코딩을 안하던 시절이 있었다.
인수합병과 기타 등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던 터다.
그때, 회사에서 이것 저것 하고 싶은 코딩을 하다가, 집에 와서도 밤을 새우며 계속 코딩을 했다.

그 모습을 보신 어머니가 나에게 “넌 정말 그 일을 좋아하는 모양이구나.”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 전까지는 정말 아무 생각없이 그냥 프로그래밍을 해왔는데, 어머니의 그 한 말씀이 내가 정말 프로그래밍을 좋아서 하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회사를 통해서 내가 이루고자 하는 꿈은, 억만장자가 되겠다거나, 성공한 사업가가 되겠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을 실컷 만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 그게 얼마나 사업성이 있으며, 그게 얼마의 수익을 회사에 역으로 안겨줄 것인가 보다는, 그 기술이 인류에 얼마나 유용한 것이며, 그걸 만드는 동안 얼마나 즐거울 수 있는가? 라는 게 프로그래머 박홍관으로서 나의 주된 관심사다.

박찬욱 감독의 인터뷰가 생각난다.

“전 아직 진정한 예술가가 아닌가봅니다. 창작을 고통을 느끼지 못했으니까요. 저에겐 고통이 아니라 창작의 즐거움만이 있을 뿐입니다.”

나도 아직 진정한 프로그래머가 아닌가보다.

by Kay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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