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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벤처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어드벤처게임을 만들고 있자니 최근 제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는 의문중 하나가 클릭&포인트의 룰로 진행되는 게임에서 네러티브를 빼고나면 과연 테트리스와 다른것이 무엇인가 하는점입니다.

제작자가 꼬아놓은 수수깨끼를 각종 힌트를 얻어 논리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클릭&포인트 시스템의 근본적인 재미라고 한다면,
마찬가지로 제작자가 렌덤으로 꼬아놓은 블럭의 생성패턴을 단위별 실루엣을 힌트로 하여 논리적으로 쌓아나가는 테트리스와 재미를 느끼는 요인 자체는 근본적으로 같으니까 말입니다.

그렇다면 어드벤처라는 장르자체가 ‘모험’이라는 의미를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단순한 퍼즐일 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르가 ‘모험’을 뜻하는 ‘어드벤처’가 되었다는 것은 클릭&포인트의 룰이 주가아닌, 모험이 주가되는 네러티브적 요소가 장르의 재미를 확립시키는 주요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따라서, ‘어드벤처’라는 장르가 재미있기 위해서는 그 모험의 근간이 되는 네러티브 자체가 매력적이며 사람들에게 충분한 재미를 줄 수 있을 만큼 잘 짜여져 있어야만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가지 드는 의문점이 있습니다만.
과연 그렇다면 게임을 하면서 무언가를 ‘읽는’ 행위 자체는 재미있는 것인가?라는 점입니다.
물론 무언가를 ‘읽는’ 행위 자체에는 재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오죽하면 우리들의 친구 네이버에 ‘글을 재미있게 읽는 방법’에 대해 묻는 질문들이 수천개씩 올라오고 있으니 말입니다.
다만, 그러한 읽는 행위에 대한 재미를 확신할 수 있는 점은, ‘잘 쓰여진 좋은 글’을 읽는 행위자체는 문자라는 것이 발명된 이후로 수천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확실히 재미있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소설과 같은 활자매체엔터테인먼트는 이미 옛날에 고사해 버렸을 테고, 블로그라는 읽는 행위를 주로하는 인터넷매체 또한 발달하기 힘들었을테니까요.

주말 내내 어제 했던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애시당초 좋은 글이라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수없이 시달려야 했습니다.
앞서간 훌륭한 선인들깨서는 대부분 좋은 글이란 읽기 쉽고 이해하기 편하며 전달이 잘 되는 글을 좋은 글이라 하시더군요.

그렇다면, 좋은 글을 쓰기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를 생각하며 고민을 해봤습니다.
논리정연하게 잘 짜여진 전개 구조와 글의 내용을 기대하게 만드는 구성과 읽는 과정자체를 즐겁게 만들수 있는 좋은 문장.정도가 머릿속에 떠오릅니다만, 무엇보다 읽는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으려면 쉽고 간결하며 이해하기 편한 생동감있는 문장들로 글이 구성되어야만 할 것 같습니다.

그렇기때문에 문장을 잘 쓰고, 재미있게 구성하는 방법을 이해한다면 어드벤처게임에서 읽는 행위 자체로도 게임의 재미를 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과거, 원숭이 섬의 비밀이나 인디아나존스와 같은 어드벤처 게임들을 하면서 즐거웠던 것은 게임에 설치되어 있는 각종 클릭&포인트의 기믹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아니라, 그 속에 담겨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 과정과 그리고 그 속에서 문장이라는 형태를 통해 ‘읽혀지는’ 이야기 그 자체였으니까 말입니다.

결국, 어제의 세미나에서 했던 이야기들은 아래의 인용문으로 정리가 됩니다.

불필요한 단어는 생략하라. 생기 있는 글은 간결하다. 문장에는 불필요한 단어가 없어야 하고, 문단에는 불필요한 문장이 없어야 한다. 이것은 도면에 불필요한 선이 없어야 하는 것과 기계에 불필요한 부품이 없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이것은 작가가 그의 모든 문장을 짧게 구성하거나 세부 묘사를 없애고, 주제를 들어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단어가 의미 있는 것이 되게 하라는 것이다.
- 윌리엄 스트렁크 2세. ‘영어 글쓰기의 기본(The Elements of Style)’-

읽는 행위자체로 재미를 줄 수 있으려면 우선, 어떤 글을 읽을때 재미가 발생되는지에 대한 기초부터 이해를 하고 있어야만 합니다.
이렇게 한 문장, 한 문장을 재미있게 만들어서 – 궁극적으로는 읽는 것만으로 재미가 있는데 게다가 클릭&포인트로 해결해나가는 기믹마저 재미있는 – 어드벤처 게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굳이 GUI에 대사스킵버튼을 넣어야 하는가-로 서너시간이 넘는 토론을 벌여야 하는 일은 두번다시 발생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국내에 165명밖에 없는 게임 시나리오 작가들과 예비 지망생들 중에 저러한 ‘읽는 재미’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차기 어드벤처 프로젝트인 ‘Beyound the Bounds’의 메인 시나리오를 담당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http://www2.visualshower.com/jobs

짤방은 ‘여보게, 나좀 꺼내주게나.’

정석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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