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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컨텐츠 제작과 기획자의 몫

본사에 입사하면 다들 성장통과 같이 겪게 되는 일종의 시련(?)이 있습니다. 타사에서의 개발 경력이 많은 개발자들은 덜 한 편이지만 특히나 우리 회사에서의 개발 경험이 처음인 개발자들은 난생 처음 해보는 게임 개발 경험이 몇 달을 지나갈 때 즈음, 한명의 예외도 없이 완벽하게 똑같은 질문과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럴 때 마다 저는 그들에게 개발의 선배이자 멘토로서 모두가 기획자가 되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서 열성적으로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개발 경험이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는 Seeing is believing 의 논리를 그대로 따르게 된다고나 할까요. 한 1년 이상 개발 경험이 쌓이게 되면 왜 그래야만 하는지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지만 짧은 시간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의 무엇인가는 아닌 듯 합니다. 간접경험을 완벽한 직접경험으로 바꿔 놓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기획에 관한 생각을 바꾸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이렇게 기획에 대한 글을 다시 한번 써 봅니다.

어제도 한 인턴 중인 한 신입사원과 기획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누구나 다 기획에 대해 고민하고 기획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는 것은 공감하지만, 누가 하나 그것들을 모두 책임지고 챙기는 사람이 필요한 것 아닌가요”

라는 몇 년째 신입사원들에게 똑같이 듣는 그 질문이었습니다.

디지털 컨텐츠를 개발하고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에 있어서 먼저 기획이라고 하는 작업을 재 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지 기획이라고 불리는 그 작업은 사실 그래픽디자인이거나, 프로그래밍이 아닌 모든 다른 개발 작업을 총괄하는 형태로 이상하게 불리고 있습니다. 레벨디자인, 시나리오 작성, 아이템 기획, 세계관 설정 등등 한 사람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정말 다양한 Job들을 기획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묶고 전지전능한 “기획자”라는 좌석을 설정하게 됩니다. 모호하고 방대하기 때문이지요.

예전에 타사에서 게임 개발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한창 RPG 게임을 구현하다 보니 클릭을 한번 하고 또 바로 클릭을 할 때, 이전 공격을 취소하고 새로운 공격을 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바로 공격을 한번 더 하는 것인지, 또 이럴 경우 공격 모션이 아직 타격점 까지 가지 않은 상황일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니면 공격이 반복 성공할 수 있다면 다음 공격 사이의 시간간격을 설정해야 하는지, 또 그 시간 간격은 몇 초로 구성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없어 더 이상의 구현이 불가능 해져버렸습니다.

단지 기획서에는 ‘마우스 왼쪽 버튼으로 클릭하면 타겟팅 및 공격을 한다.’ 로만 적혀있을 뿐이었습니다.

이 문서를 작성한 기획자에게 가서, 이에 대한 답을 물었습니다. “어떻게 만들까요?” 라고 하니, 기획자가 한 2초 정도.. 음.. 하더니, “클릭하면 또 공격하면 되겠네요.” 하는 겁니다. 그래서 “그러면 공격 동작 중에 상대방을 타격하는 자세까지 가기 전에도 공격이 나와야 하는 것인가요?” 라고 물었더니.. 또 한 2초만에 “음.. 그럼 공격되면 안되겠네요.” 하더군요. (그런 즉흥적인 답변을 들으려고 여기까지 찾아와서 30분동안 상황을 설명한게 아니었습니다만…)

애석하게도 처음에 아이디어 스파이킹을 하는 작업 이외에 실무적인 개발을 위해 필요한 마지막을 채우는 기획은 그래픽 디자이너나 프로그래머가 직접 “챙겨서” 수행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많은 동종업계 다른 개발자들도 이 부분에 대해서 공감할 것입니다.)

프로그래머가 WM_LBUTTON_UP에서 타격을 발생하는지 WM_LBUTTON_DOWN에서 타격을 발생시킬지… 기획자에게 물어보면 답을 줄까요?

아니면 보라색의 컨셉을 가진 도시에서 한 캐릭터에게 비렌의 색삼각형 상의 에메랄드 색을 쓰는게 좋을지, 블루마린색을 쓰는게 좋을지, 어떤게 이 도시의 상징성을 더욱 부각할 수 있는 선택인지 기획자에게 물어보면 답을 줄까요?

어제 그 신입 사원이 그러더군요. “우리 제품을 만들때 잊은 걸들을 챙겨서 마지막 완성도를 높여줄 사람이 필요한것 아닌가요?” 그래서 제가 대답했습니다.

“바로 그 사람이 너다.”

개발의 가장 말단에 닿아있는 사람이 현재 제품의 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프로그래머가 이 프로그램의 잠재적 위험요소에 대해서 제일 잘 알고 있고, 그래픽 디자이너가 지금 이 그래픽에서 어느 부분을 날림 땜빵으로 그렸는지 제일 잘 알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단지, 스스로 아픈 그 부분을 직접 건들이고 싶지 않은 것이지요. 하지만 용기를 내서 완성도 100%를 향해서 과감해져야 합니다. 아픈 그 부분을
남이 지적해서 고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고치기 시작해야 합니다.

제가 또 물었습니다. “대단한 기획자가 오면 우리가 만든 컨텐츠들의 수준이 높아져서 한순간에 대박 타이틀이 생길까?”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찰나에..

“그렇다면 봉준호 감독이 만든 영화는 모두 1000만 관객이 들어오는가?” 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원래 영화나 게임과 같은 컨텐츠 사업은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그 속에서 성공의 가능성을 노릴 수 있는 틈이 있다고 이야기 한 다른 사장님의 말씀을 한번 떠올려 봅니다. 한명의 봉준호로는 연속해서 1000만 관객을 모을 수 없을지 모르지만, 우리 스탭 모두가 봉준호가 된다면 반복해서 1000만 관객을 모으는 것이 먼 꿈 만은 아닐 것입니다.

창작의 산고는 넘기 힘겨운 극한의 몽블랑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힘을 냅시다. 이 산을 넘으면 젖과 꿀이 흐르는 지상 낙원이 우리를 맞이할 것입니다.

by Kay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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