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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개발과 시험 공부

한바탕 또 게임을 갈아 엎으면서 들었던 생각입니다.

저는 대학에 들어가기 전 12+1년의 시간 동안 ‘제대로’ 공부를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기간이 단 2년, 고3 때와 재수할 때였습니다.
고3이 시작되는 시점에 ‘나도 이제 공부 좀 해야되겠다.’ 라고 마음을 먹고
수능 시험에 나오는 과목들을 놓고 내가 아는 부분과 모르는 부분,
잘하는 부분과 못하는 부분을 나누고(대부분 모르는 부분이었지만)
언제까지 모르거나 못하는 부분을 채워야겠다는 폴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나서 언제나 1등이 아닌 만점을 목표로 하는 차가운 도시남자인 저는
모르는 부분을 모두 공부해 나갔죠.

하지만
처음에 목표했던 부분들이 50%, 70%, 90%에 가까워지면서
조금씩 조금씩 불안한 마음이 커져갔습니다.
처음에 계획한 ‘내가 모르는 부분’이 다가 아니었던 거죠.
내가 공부를 안 했던 시절에 알 수 있었던 ‘다’의 범위가
그것들을 많이 채워 놓은 상태에서는 결코 다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되기 전까진 결코 알 수 없었던 거죠.
(그래서 재수했어요. 흑흑)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지금.
며칠 전 꽤 오랫동안 만들어 온 게임을 다시 뒤엎을 만한
기획회의를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임을 만드는 게 정말 그때의 경험과 비슷하구나.’

게임을 만들기 시작할 때는 적당히 기획된 요소들을 정리해서
그래픽 리소스 언제까지, 코딩 언제까지,
이 모드 언제까지, 저 모드 언제까지…
이렇게 계획을 세워서 개발 기간을 정하고 만들어 나갑니다.
하지만 그 계획의 50%, 70%, 90%에 가까워지면서
조금씩 조금씩 불안한 마음이 커져 가는 거죠.
마치 공부하기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모르는 부분’들이
개발이 진행되면서 보이기 시작하니까요.
그래서 또다시 갈아엎고, 갈아엎고….
반복되는 거죠. ㅎㅎ

이쯤되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왜 처음에 이렇게 정하지 않고 개발했을까’
‘왜 이렇게 하면 됐을 것을 그렇게 했을까’
‘그땐 왜 이걸 몰랐을까.’
그랬었죠.
후회도 하고 불만도 생기고
점점 지쳐가고..
화가 나기도 했었죠.
아마 모두 겪어보실 겁니다. ㅎㅎ

그런데 지금 드는 생각은,
‘만약 우리가 이 과정을 겪지 않았다면, 과연 지금 알고 있는 이걸 알 수 있었을까?’
‘만약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모두 해보지 않았으면, 지금 하지 못하는 걸 나중에는 할 수 있을까?’

저는 지금 확신합니다.
고3 때 처음 공부를 시작하는 녀석이 알고 있던 ‘다’의 범위를 채우고
재수 때 웬만큼 알게 된 녀석이 ‘나머지’의 많은 부분을 채워서
소위 말하는 ‘좋은 대학’에 들어간 것처럼

좋은 게임에 대해 잘 몰랐던 시절에 목표한 ‘다’를 채운 지금
조금씩 좋은 게임에 대해 알게된 지금 ‘나머지’를 채운다면
정말로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요.

결론은.. 갈아엎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고요….

ps 저는 그렇게 열심히 해본 게 이거 밖에 없어서 공부와 비교했지만
아마도 다른 어떤 분야와 비교해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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