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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레벨링

재미있고 잘 만들어진 게임들은 세상에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한 게임들의 특징은 게임의 코어룰이 단순하고 익히기 쉬우며 빠르게 배울수 있는- 즉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특징이 있고, 다양한 레벨과 도전을 위한 과제들이 주어지는 과정에서의 학습,그리고 단,장기적 피드백이 확실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이야기 해보려 하는 것은 짤방에 붙여놓은 벨브사의 팀 포트리스2 에 관해서입니다.

스팀을 통해 서비스중인 혁신적인 FPS게임인 TF2는 스팀이라는 결재및 배급시스템이 생소한 국내에서는 그다지 큰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세계적으로 본다면 이제까지 나왔던 FPS게임류들중 가장 혁신적이며 환상적인 벨런스와 함께 레벨링이 잘 이루어진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스팀에서 서비스 하는 게임들 중 가장 인기있는 게임이기도 하죠.

이 게임이 어떠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뭐, 우리의 친구 구글에게 물어본다면 쉽게 알 수 있을 테니, 여기서까지 타사의 제품 홍보를 해야할 필요는 없겠고, TF2의 병과들중 조금 주목해야 할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메딕의 존재입니다.

FPS게임들의 주된 특징은 장르의 이름에서도 나타나듯이 Shooting을 1인칭 시점으로 하는 게임입니다. 누군가를 ‘쏘는(사격하는)’게임인 것이죠.
따라서 이러한 FPS게임들은 대부분 ‘쏘는’무기를 들고 정확한 조준을 통해 상대방. 즉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을 쏘아 맞추어 게임에 필요한 자원(라이프, 혹은 스코어나 기타등등)을 빼앗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TF2에 등장하는 메딕은 FPS에서 흔히 볼수 있었던 개념과는 조금 다릅니다.
그 특징들을 조금 살펴 보자면,

1.상대방을 쏘는 무기를 들고 등장합니다만, ‘적군’을 사격하는 것이 아닌, ‘아군’을 사격해 아군이 게임을 플레이 하는게 필요한 자원을 지속적으로 제공합니다.

상대방이 게임을 하는데 필요한 자원을 지속적으로 뺏는 것과 아군이 게임을 하는데 필요한 자원을 지속적으로 보충하는 것은 개별적인 산술 결과 관점에서 바라보자면 + -가 제로입니다. 동등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죠.
하지만 적군과 마주쳐 서로 전투를 벌이는 상황에서 내가 상대방이 게임에 필요한 자원을 뺏을 수 있는 기회는 적군에게도 마찬가지 기회입니다. 내가 빼앗길 수도 있고, 상대방의 것을 빼앗을 수도 있는. 말그대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죠.
하지만 나를 공격할 수 없는 아군과 마주쳐 아군이 게임을 하는데 필요한 자원의 부족분을 보충하는 것이라면?
‘노 리스크 하이리턴’의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부분이 매우 중요합니다.
상대방과 맞서 싸우는 것만이 게임을 승리하는 지름길이 아니라, 또다른 관점에서 상대방과 굳이 맞서 싸우지 않더라도 게임을 승리로 이끌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생겨납니다.
게다가 게임의 코어룰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이 게임을 하는데 필요한 자원을 빼앗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메딕은 상대적으로 그다지 많은 개채수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팀을 8명으로 구성한다고 하면 메딕은 한명정도 있으면 충분한 상황. 그렇기 때문에 수가 부족한 메딕은 언제 어느 때라 할 지라도 아군에게 ‘필요한 존재’가 됩니다.

2.정확한 조준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메딕이 들고 있는 에너지 건은 근처에 아군이 있다면 에임(조준을 하는 +표시)이 정확하게 조준되어 있지 않더라도 알아서 아군을 찾아갑니다. 또 조준이 빗나가더라도 완전히 크게 어긋나거나 shoot에 할당된 버튼의 입력을 중지하지 않는 이상 치료중인 아군을 자동적으로 찾아 쫓아다니며 치료를 ‘알아서’해줍니다.
즉, 세밀한 컨트롤이 필요 없다는 점입니다.

3.아군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아군과 항상 같이 움직여야 합니다.

1과 2의 특징. 즉 리스크가 없고,세밀한 컨트롤이 필요없다.라는 특징을 잘 살펴본다면, 메딕이란 병과는 게임에 적응을 하여 어느정도의 학습곡선을 쌓아 게임에서 자신의 실력을 출중하게 발휘하고 있는 중,상급레벨의 플레이어들을 위한 병과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있습니다.
오히려 게임에 막 입문한 초보유저들이나 게임을 하드코어하게 즐기지 않는 라이트유저들을 위한 병과라고 볼 수있지요.
그러한 초보유저들이 플레이의 향상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다른 사람들이 플레이하는 것을 지켜보며 ‘대리학습을 하는것’입니다.
때문에 아군을 치료하기 위해 항상 아군들과 함께 움직이는 메딕은 그러한 초보유저들이 다른 학습곡선이 중,상위 레벨에 올라있는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하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게임을 잘 하는 방법에 대해 익히게 됩니다.
굳이 게임의 학습곡선을 개발자가 마련하지 않더라도 유저들 스스로가 학습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 주고 있습니다.

위의 세가지 특징들이 함께 어우러져 시너지를 발휘하게 되면 TF2라는 게임이 초보유저들을 게임에 유입시켜 어떻게 학습곡선을 그려 게임에 적응하게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가 나타납니다.

우선적으로 리스크를 제거하여 게임이 ‘어렵다’라는 인상을 제거해 가벼운 마음으로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게다가 세밀하게 컨트롤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게임이 쉬워집니다. 적당히 슈팅버튼을 누른채로 아군들을 쫓아다니며 회복을 해주면 되는 상황.

더군다나 메딕의 존재는 아군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합니다.
초보유저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인 ‘이미 게임에 적응한 유저들로부터 자신의 어리숙한 플레이를 비난 받는다.’라고하는 부정적인 피드백에 대해
개채수의 희소성과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필요한 자원의 지속적인 제공자라고 하는 커다란 메리트를 부여하여 학습곡선이 중,상위권으로 올라있는 유저들로 부터 초보유저들의 noob플레이를 지탄받는 것이 아닌, 오히려 그들로부터 보호를 받게 되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것은 시스템의 GUI디자인 부분에서도 메딕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개발사의 지원으로 나타납니다.
단축키를 통해 메딕의 지원요청을 하게되면 화면 여기저기에 메딕을 찾는 아군들의 위치가 표시됩니다.
메딕을 플레이하고 있는 초보유저들은 함께 플레이 하고 있는 다른 유저들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강렬하게 부여해 주는 것에 매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메딕의 플레이어가 아군을 치료 중일때 플레이어가 치료를 하고 있는 아군이 적군으로부터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필요한 자원을 빼앗게 되면 플레이어는 단지 치료를 한것이 아닌 ‘어시스트’를 한 것으로 기록에 남습니다.
즉, 메딕 플레이어 역시 다른 플레이어들과 ‘동등한 목적’을 가지고 게임에 임하고 있으며 메딕 플레이어의 플레이방법이 다른 플레이어들이 하는 행위와 ‘동등한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피드백을 메딕 플레이어뿐만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들’에게도 계속해서 주지시킵니다.

단순히 개념적으로 설명하자면 메딕이란 병과는 아군의 라이프게이지를 채워주는 역할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시스템적으로 들여다보면 벨브에서 메딕이라는 병과를 통해 게임이 어떠한 형태로 동작을 하게끔 유도하는지, 또 그것을 효과적으로 이루어 내기 위해 어떠한 세심한 연출들과 시스템적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저는 처음 TF2에서 메딕을 접했을때 굉장히 많은 충격을 받았었습니다만,
게임의 레벨링을 시스템적으로 지원하여 지속적으로 플레이어의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역발상이 필요할 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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